88만원 세대
2008년 4월 22일 Tuesday
얼마전 치뤄진 18대 총선의 투표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그 중에서도 20대의 투표율은 거의 바닥이었다. 그 이유를 분석한 글들을 찾아 읽어보면 대부분 20대의 정치 무관심을 그들의 나약함 때문이라고 비판하는 글이 많았다. 김형태가 이태백에게 보내는 글이라는 너 외롭구나라는 책에서 이태백(20대 대부분이 백수)을 질타했던 그 논조였다. ‘20대 이태백들아, 너희들은 게으르고, 꿈도 없고, 나약해. 나를 봐 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굳건한 의지로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거의 다 이루었잖아.’
그의 충고는 20대에게 따끔한 자극제가 되었을런지는 모르겠으나 88만원 세대의 저자는 이런 김형태의 비난을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한다. 지금은 경제적으로보나 사회적으로보나 당신같은 기성세대들이 경험한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나마 무언가 할 수 있는 상위 10퍼센트 정도의 것(여지)도 기성세대가 빼앗아갔기 때문에, 지금의 20대들은 자기네끼리도 서로 죽고 죽여야 하는 살벌한 경쟁을 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김형태의 이태백에 대한 비판은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류가 가지는 문제의식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거다.
승자독식 사회에서의 세대 다툼
확실히 386세대와 그 이후 세대가 처한 환경은 다르다. 독재정권 아래였다곤 하지만 대강 대학만 졸업하면 대기업 등에 취직하는데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IMF 이전과 토플이나 GRE 책을 1학년 때부터 끼고 살아도 변변한 정규직 취업자리 하나 마련하기 힘든 요즘은 분명 차이가 있는게 작금의 현실이다. 88만원 세대를 읽다보면 이런 환경 차가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의 내부 성원들, 특히 세대 간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세대 간의 경쟁은 불공정한 경쟁이 될 수 밖에 없고, 결국 20대와 같은 힘없는 세대는 그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승자 독식이라는 무시무시한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자본주의의 속성을 따라가고 있다. 여기에 세대 경쟁에서 약자로 전락한 20대(아울러 10대)는 아주 작은 자신들의 몫을 가지고 자신들 끼리도 서로 죽고 죽여야할 무한 경쟁으로 몰려진다. 최근에 이명박 정부에서 발표하는 각종 경쟁력 강화 정책이라는게 이런 경쟁을 부추기는 것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책의 뒷 절반 정도를 넘기면서 두 저자는 승자독식이 만연한 정글같은 우리사회에서 기성세대가 20대(10대)에게 숨 쉴 여유를 줄 수 있는 몇 가지 정책을 제안한다. 저자 스스로 이를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에 나오는 스쿠루지의 꿈으로 비유하는데, 이렇게 기대하기 힘든 희망이지만 그 대안이라는 게 분명 존재한다는 것, 또 그것을 획득하기 위해선 20대(10대) 스스로 요구해야 한다고 저자는 분명히 말한다.
88만원 세대는 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들어야할 20대(더불어 10대)에게나, 그들을 단지 나약한 젊은 세대로 치부했던 기성세대에게 모두 권하고 싶은 책이다. 혹시라도 어설픈 자기 개발서나 투자 지침서 등에 마음을 빼앗겼다면 과감히 유혹을 뿌리치고 88만원 세대를 읽어보시라. 매트릭스 안에서 자신이 사육되는지도 모르고 매일매일을 Mr. 앤더슨처럼 살아왔던 우리의 모습이 분명히 보이리라. 단 그 현실이 아름답지 못하기 때문에 이 책을 보면서 즐겁고 짜릿한 무언가를 기대하지는 말기를 아울러서 바란다.
관련 링크
20대여 깨어나라 ... 소리웹(포드캐스트)
코멘트
!-->코멘트를 남겨주세요